좋아하는 예술/문화 장르에 음악이 있어서 때때로 책을 찾아보고는 한다. 그중에는 일본에서 나오는 책들도 있는데 최근에는 모리 요시타카毛利嘉孝가 엮은 [애프터 뮤지킹: 실천하는 음악アフターミュージッキングAfter Musiking ―実践する音楽―](東京藝術大学出版会, 2017)을 알게 되어 올해 안에는 읽어보려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은 책임에도 어떤 친숙함과 반가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링크한 사이트에 간략하게 공개된 책 소개에 있는 것처럼) ‘애프터 뮤지킹: 실천하는 음악’이라는 제목은 20세기 후반 서구 (클래식) 음악학의 진보적인 경향을 보여준 작업들, 그중에서도 크리스토퍼 스몰Christopher Small의 [뮤지킹 음악하기: 지금 음악회장에서..
ㅡ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문ㆍ예술계열의 독서 모임에서 마이클 채넌Michael Chanan의 [음악 녹음의 역사: 에디슨에서 월드 뮤직까지Repeated Takes: A Short History of Recording and its Effects on Music](2005)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수년 전에 인상적으로 읽었었고 언제든 다시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읽을 수 있었는데, 사실 나는 채넌의 책을 좋아하고 또한 그의 책에서 배움을 얻은 독자에 속한다. 독서 모임에서 친구들과 읽은 [음악 녹음의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다른 책들인 [무지카 프라티카: 그레고리오 성가로부터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서양 음악의 사회적 관습](2001)과 [헨델에서 헨드릭스까..
Bernd Alois Zimmermann, [젊은 시인을 위한 레퀴엠 ㅡ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Requiem für einen jungen Dichter ㅡ Dona nobis pacem], 1967~1969 읽고 있는 책 중에 페터 바이스Peter Weiss의 [저항의 미학Die Ästhetik des Widerstands](탁선미ㆍ남덕현ㆍ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3부작이 있다. 1권과 2권을 읽고 이제 3권을 남겨두고 있는데 소설의 밀도가 매우 높고 곱씹어 보고 싶은 문장이 많기도 해서 보통 소설을 읽을 때보다는 느린 속도로 읽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는 만큼 진지하게 대면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직 3권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나는 [저항의 미학] 3..
William Christie가 연주하는 Joseph-Nicolas-Pancrace Royer의 [Pièces de clavecin](harmonia mundi, 1981)에 수록된 음악인 [Le Vertigo] — 지난달에는 다른 책과 함께 테리 이글턴과 매슈 보몬트의 [비평가의 임무: 테리 이글턴과의 대화](문강형준 옮김, 민음사, 2015)를 틈틈이 읽었다(이 글은 이글턴 책에 관한 서평이 아님을 미리 말해둔다). 처음 읽는 것은 아니었고 한 2년 정도 전에 읽었던 책인데 관심을 갖고 있는 비평가의 책을 좋은 한국어 번역으로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손에 들 때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평가의 임무]는 이글턴의 어린 시절부터 이른바 '윤리적 전회'ethical turn로 불리는 2000년..
얼마 전에는 지인에게 와다 하루키和田春樹의 [조선전쟁전사朝鮮戦争全史](岩波書店, 2002)를 빌려 왔다(미리 말하면 이 글은 와다의 책에 관한 서평이 아니며 그에 관한 약간의 상념을 풀어놓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참고할 일이 있어 김태우의 [폭격: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창비, 2013)과 정병준의 [한국전쟁: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돌베개, 2006)의 여기저기를 다시 읽다가, 아무래도 와다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인에게서 빌려오게 되었던 것이다(와다의 책을 뒤늦게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는 데는 정병준이 자신의 대작인 [한국전쟁]에서 말한 다음과 같은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 "이는 공개된 구소련 문서를 보론으로 다룬 1995년 저작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