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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와카오 아야코를 보는 날.

무한한 연습 2013. 7. 4. 17:55

 

 

 

한국영상자료원에서 7월 2일부터 7월 21일까지 열리는 '스튜디오 다이에 특집: 마스무라 야스조와 이치카와 곤'에 맞추어 일본의 유명한 배우인 와카오 아야코若尾文子(1933~)가 한국영상자료원을 방문 한다(위의 이미지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처음 접한 날부터 지금까지 조금은 들뜬 상태로 지내고 있다. 와카오 아야코라는 대배우의 실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하는 마스무라 야스조増村保造의 영화들과 이치가와 곤市川崑의 영화들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다이에大映에서 만든 영화들 중에는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몇 편의 영화들이 있고 또한 이미 보았던 영화들이라 하더라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 '스튜디오 다이에 특집' 기획전에 내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와카오라는 배우이다. 나에게 와카오라는 배우는 주로 마스무라의 영화들, 그 중에서도 [아내는 고백한다妻は告白する](1961), [남편은 보았다「女の小箱」より 夫が見た](1964), [세이사쿠의 아내清作の妻](1965) 그리고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華岡青洲の妻](1967)에 나오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배우인데(마스무라의 영화는 아니지만, 여기에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의 [부초浮草](1959)도 집어넣고 싶다), 시간만 맞는다면 오는 토요일에 있는 '와카오 아야코와 김태용 감독과의 대담'과 일요일에 있는 '와카오 아야코와 관객과의 대화'에 꼭 참여하고 싶다. 이미 한국 나이로 여든이 된 분이어서 와카오의 실물을 보면서 그녀의 이미지를 나에게 각인시킨 여러 영화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다. 와카오라는 배우를 진심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와카오는, 1945년 이전에 태어나서 영화계에서 활동한 일본의 여성 배우들, 그러니까 요시나가 사유리吉永小百合 이전에 태어난 여성 배우들 중에서 카가와 교코香川京子와 함께 내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배우이다(나에게 있어 카가와는 다른 누구의 영화보다도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가 1954년에 만든 두 편의 영화인 [산쇼다유山椒大夫]와 [지카마쓰 이야기近松物語]로 기억되는 배우이다. 이 두 편의 영화에 나오는 카가와를 잊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일본영화사를 생각할 때 1945년 이전에 태어나서 여러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한 여성 배우들 중에 저 두 명의 배우가 아닌 다른 여성 배우들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하라 세츠코原節子, 타카미네 히데코高峰秀子, 오카다 마리코岡田茉莉子, 다나카 기누요田中絹代, 야마모토 후지코山本富士子, 교 마치코京マチ子 그리고 키시 케이코岸惠子와 같은 배우들. 이 배우들은 와카오와 카가와처럼 일본영화사의 걸작들과 함께 하는 이름들이지만, 또한 오즈의 영화에 나오는 오카다 마리코나 키시 케이코와 같은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모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1945년 이전에 태어나 일본영화계에서 활동을 했던 여성 배우들 중에서 내가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되는 배우들은 결국 와카오와 카가와이다.

 

개인적으로 바라기는 토요일에 있을 '대담'에는 꼭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날 상영하는 세 편의 영화들에서 (내가 싫어하는) [붉은 천사赤い天使](1966)를 제외한 [세이사쿠의 아내]와 [아내는 고백한다]는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었던 마스무라의 영화들이고, 때마침 '대담'이 이 두 편의 영화 사이에 있기도 해서 이 날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술을 많이 마시면 '대담'에 가지 못하거나 갈 수 있더라도 제대로 집중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번 주 금요일은 술자리 근처에도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반면에 일요일에 상영하는 영화들은 이전에 보았을 때 그렇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영화들이 아니어서 이날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를 가야할지는 조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대화' 이전에 상영하는 마스무라의 [문신刺靑](1966)에 나오는 와카오의 농염한 모습을 큰 화면으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와카오가 1933년생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를 놓쳤을 경우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다시는 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토요일에 있을 '대담'과 일요일에 있을 '대화'에 모두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일까? 게다가 멀리서 열리는 영화제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볼 수 있으니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요모타 이누히코四方田犬彦와 사이토 아쓰코斉藤綾子가 함께 쓴 [영화배우 와카오 아야코映画女優 若尾文子](みすず書房, 2003)를 이런 날이 오기 전에 제대로 읽어두었어야 했다(요모타는 '욕망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그리고 사이토는 '여배우는 저항한다'라는 주제로 와카오가 출연한 (마스무라의) 영화와 '와카오 아야코라는 여성 배우의 존재'가 영화에서 표현했던 시대성에 관해 [영화배우 와카오 아야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정이 있어서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고, 이 책에 수록된 와카오와의 인터뷰도 유익했다). 사실 나는 와카오라는 배우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의 방문에 맞추어 저 책을 다시 읽을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며칠 안으로 와카오라는 배우를 볼 수 있는 지금은 정작 [영화배우 와카오 아야코]가 내 곁에 없어서 전독은 고사하고 '대담'하는 날에 맞추어 읽을 수 있는 만큼 읽고 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화와 함께 책을 다시 본 후에 와카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지만, 이제는 와카오라는 대배우를 직접 보면서 그녀의 육성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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