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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1월에 현대 야쿠자물 [의리없는 전쟁](후카사쿠 긴지)이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놀라운 성공을 거둬들였고, 73년과 74년 사이에 다섯 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으며, 74-76년 사이에는 세 편의 [신 의리없는 전쟁]이 공개되었다. 패전 직후부터 7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실제했던 야쿠자 조직 간의 싸움을 그린 이 영화는 음모와 배신과 모략과 수많은 개죽음들로 일관된 이 항쟁사를 전후 일본사와 겹쳐놓는다.

 

후카사쿠 긴지(深作欣二)는 전후 부흥이야말로 악사(惡事)라고 하였다. 임협영화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1960년대 당시 도에이 도쿄촬영소가 담당하고 있던 현대 갱스터물의 주력 감독이었던 그는 이 영화들을 통해 임협영화의 양식화된 미학이나 어떤 노스탤지어의 심정도 없이 패전 직후의 폐허를 자신의 영화 속에서 보존하고자 하였다([명예로운 도전挑戦], [갱 대 지맨ギャングGメン], [쟈코만과 테츠ジャコ], [늑대와 돼지와 인간人間], [공갈이야말로 내 인생恐喝こそわが人生] ). 패전의 폐허야말로 자신의 원점이라고 밝히는 후카사쿠에게 있어 전후 부흥이란 바로 그 폐허를 지우는 과정이며, 그럼으로써 패전이라는 사건을 잊어버리고자 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패전의 순간을 보존함으로써만 천황이 그의 사병으로서, 신민으로서 죽어간 그 수많은 자들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헌법 1조 국민의 총화로서의 상징천황이라는 애매한표현 속에서(일거에 신민에서 국민이 되었을 때 그 국민이란 누구인가? 총화란 어떻게 증명되는가?) 온존되는 이 평화국가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후 부흥이 악사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임협영화가 전후 부흥이 최고점으로 완성되어가는 그때, 그리하여 이 국가의 기원으로서 패전이 망각되고 이 국가가 자연화되기 시작한 그 순간 우회적인 방식으로 패전을 보존하는 것이었다면, [의리없는 전쟁]으로 대표되는 실록영화는 그 폐허를 어떤 우회도 없이 필름 위에 현상한다. 지켜야할 공동체도, 돌아갈 고향도 거기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러니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 우회없는 현상이 가능한 것은 이것이 야쿠자영화이기 때문이다. 카타기의 세계와 구별되는 그들만의 세계, 시민사회와 구별되는 야쿠자 사회를 설정하고 그 세계 속의 일로 이 모든 것을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의리없는 전쟁]은 전후의 폐허와 이 폐허를 지우는 악사(惡事)’를 직접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지만, 그것은 다만 야쿠자 세계라는 한계 안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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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오시마는 야쿠자영화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의리없는 전쟁]의 성공 이후 실록 노선을 유지하고 있던 도에이는 오시마에게 [일본의 흑막日本黒幕]이라는 영화의 제작을 의뢰했다. 전전의 우익 운동가이자 전후의 CIA 에이전트이자 폭력단 이나가와회의 고문이며 일본 정재계 최대의 흑막으로 군림했던 코다마 요시오(児玉誉士夫)를 제재로 삼은 이 프로젝트에 오시마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며,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었다면, 우리는 야쿠자영화가 일종의 알레고리의 방식으로 그려낸 천황제의 문제를, 그 어떤 알레고리도 없이 만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의리없는 전쟁]의 다음과 같은 대사, “‘오야지, 말해두겠는데 당신은 처음부터 우리들이 등에 짊어져 준 가마(神輿)잖아. 조직이 여기까지 크는 데 누가 피를 흘렸나 생각해봐. 가마 혼자서 움직일 수 있다면 움직여보시지를 그 어떤 비유도 없이 천황에게 돌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관심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영화학자 이영재의 논문인 야쿠자들의 패전, 공동체와 노스탤지어 1960년대 도에이(東映) 임협(任俠)영화를 중심으로-(일본학41, 동국대학교 일본학연구소, 2015)의 일부를 옮겨놓는다. 함께 올리는 음악은 Jack DeJohnette[In Movement](ECM, 2016)에 수록된 [Rashied], DeJohnetteRavi Coltrane이 함께 연주한 곡이다. 이 곡 자체로도 좋아하지만, 듣고 있으면 어김없이 John ColtraneRashied Ali[Interstellar Space](impulse!, 1967)를 생각나게 해서 [In Movement]에 수록된 다른 곡들과는 다른 결의 애착을 갖고 듣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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